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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례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합의 또는 화해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노동위원회로부터 화해의사가 있는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화해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은 판정에 의해서 종료될 수도 있으며 당사자 간의 화해나 합의로 인해서 종료될 수도 있다.


판정은 인용과 기각 그리고 각하가 있는데 판정은 '도 아니면 모'이다.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의 하나이고 중간은 없다. 반면에 화해나 합의는 도와 모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근로자 측과 사용자 측의 의사에 따라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물론 사건의 종결이라고 해서 단순히 사건이 없던 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화해나 합의에 대한 조건을 내걸고 그에 따라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만약 아무런 조건 없이 화해나 합의를 하는 경우라면 화해나 합의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불리한 상황에서 합의나 화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리한 상황에서도 합의나 화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해당 사건은 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 과정에서 화해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1. 당사자 개요


근로자는 회사에 2016. 3. 23.에 입사하였다가 한달 뒤인 2016. 4. 23.에 해고되었다.


회사는 근로자의 잦은 결근과 조퇴, 업무수행능력의 부적 등의 사유로 근로자를 해고하였고 해고 당시에는 서면통지를 하지 않았으나, 근로자가 해고통지서를 요청하자 해고통지서를 등기로 발송하였다. 그러나 해고통지서는 근로자의 부재로 반송되었다.



2. 쟁점사항



해당 사안에서 회사 측에서는 무수히 많은 해고사유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회사측이 주장한 해고사유>



회사 측이 주장한 해고사유가 모두 사실이라면 해고는 당연히 정당할 것이다.

그런데, 근로자가 근무한 기간은 1개월인데 직관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근로자가 1개월 동안 위와 같은 비위 사실을 저질렀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두 번째로 회사는 근로자를 해고할 당시(2016. 4. 22.)에는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

다만, 해고 이후에 근로자가 해고통지서를 요청하자 2016. 5. 11. 내용증명으로 해고통지서를 발송하였으나 근로자의 부재로 해고통지서가 반송되었다.



3. 사건의 진행


해당 사건은 근로자가 먼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뒤에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 상담을 요청하였다.

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청이나 일반 구청의 민원센터와 달리 '심판업무'를 담당한다.


노동위원회법 제2조의2, 제15조의3

제2조의2【노동위원회의 소관 사무】 노동위원회의 소관 사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노동종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근로기준법」,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교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파견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판정·결정·의결·승인·인정 또는 차별적 처우 시정 등에 관한 업무


제15조의3【「행정심판법」 등의 준용】 사건 처리와 관련하여 선정대표자, 당사자의 지위 승계, 대리인의 선임에 관하여는 「행정심판법」 제15조, 제16조 및 제18조를 준용하고, 대리의 흠과 추인, 대리의 범위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60조 제90조를 준용한다.


심판사건은 서면과 심문회의 당일 구두변론을 거쳐 해고의 정당성이나 해고가 부당하는 것을 주장한다. 즉, 구청의 민원센터처럼 신청만 하면 노동위원회가 알아서 다 해주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의 근로자 역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뒤에 노동위원회에 본인의 주장에 대한 서면과 입증자료 등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사건을 위임하게 되었다.



(1) 지방노동위원회


해고의 사유


해고의 사유가 정당하다는 것, 근로자가 잘못을 했다는 것은 회사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이러이러한 잘못을 하였다고 주장만 한다고 해서 근로자가 잘못했다는 주장이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회사 측은 별도의 입증자료 없이 근로자가 잘못을 하였다고만 주장을 하였다가 이후에 근로자의 무단결근을 이유로 삼았다. 회사가 입증자료료 제출한 근로자의 근태내역을 살펴보면 근로자의 결근일이 3일이었고 회사의 취업규칙상 결근 3일의 경우에는 파면(해고)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하여 해고는 정당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회사측에서 이야기하는 무단결근 3일중 하루는 영업장소로 곧바로 출근하여 출입 이력이 없던 것이고, 다른 하루는 감기로 미리 회사측에 통보를 하여 휴일로 처리, 다른 하루는 국회의원 선거일이었고 그날은 회사의 휴일이었다.

따라서 회사 측에서 주장하는, 근로자가 무단결근을 하여 그에 따른 해고가 정당하다는 것은 사실관계가 맞지도 않을뿐더러 해고의 정당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해고의 절차


해고의 절차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서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이때 서면으로 통지하는 시기는 근로자를 해고하기 이전이나 적어도 해고 당일에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물론 사후에 서면으로 해고통지서를 보내는 것이 절차적으로 정당하다고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해당 사안에서는 해고 뒤인 일주일 뒤에 근로자가 요청한 후 서면으로 통지하였고 폐문부재로 해고통지서가 반송되었는데 근로자에게 유효하게 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서 서면통보의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보지 않았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근로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





판정서의 송부와 불복(재심신청)


판정서는 심문회의 당일로부터 30일 내외로 도착한다.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대해서 불복을 한다면 판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후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건이 기각 또는 각하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사건이 인용되는 경우에는 회사 측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지방노동위원회의 인용판정에 대해서 회사 측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였다.



(2) 중앙노동위원회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회사 측은 별도의 노무사를 선임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사건에서 졌다고 생각을 했을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회사 측은 노무사를 선임한 뒤에 재심 사건을 진행하였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사람이 근로자이므로 해고가 부당하다는 이유에 대해서 '이유서'를 제출하고 회사 측은 그에 대한 '답변서'를 서면으로 제출하게 된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초심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잘못·부당하다는 이유에 대해서 재심을 신청하는 측에서 '재심 이유서'를 제출하고 이에 대해서 반론하는 측에서 '재심 답변서'를 제출하게 된다.


근로자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다면 근로자가 '재심 이유서'를 회사가 '재심 답변서'를 제출하지만, 회사 측에서 재심을 신청한다면 회사가 '재심 이유서'를, 근로자가 '재심 답변서'를 제출하게 된다.


회사 측의 재심 이유서의 요지는 근로자와 회사 측의 근로계약서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재심 이유서


근로계약서상의 유효기간은 근로계약서 제2조 1호에는 2016. 3. 23.부터 2016. 6. 22.까지로 되어있고, 2호에는 2016. 6. 22.부터 사업의 담당업무 종료시 까지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3호에는 계약기간 종료 후 상호 성실과 신의원칙으로 4대보험 가입과 동시에 정규직 계약을 체결한다고 되어 있었다.


회사 측에서는 해당 근로계약서의 조문을 들어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근로자와 사용자의 근로계약은 2016. 6. 22.까지로 종료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재심 답변서


처분문서는 증명하고자 하는 법률적 행위가 그 문서 자체에 의하여 이루어진 문서를 의미하는데, 근로계약서도 처분문서에 해당한다.


당사자 간의 법률행위에 대해서 해석이 분분한 경우에 법률행위의 해석은 자연석 해석, 규범적 해석, 보충적 해석으로 이루어진다.

자연적 해석은 표의자의 진정한 의사대로 해석하는 것을 의미하고 규범적 해석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표시상의 효과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자라면 제반 사정 하에서 표시행위를 어떻게 이해했을 것인가 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며 보충적 해석은 법률행위의 내용에 흠결이 있는 경우 제3자의 시각에서 이를 해석에 의해서 보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근로계약의 내용은 1호와 2호의 내용에 따라 1호는 수습 기간으로, 2호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보아야 하고 만약 수습 기간에 수습평가에 따라 본채용(정규직) 채용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3호에는 계약기간 종료 후 4대보험 가입과 동시에 정규직 계약을 체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당연히 1호의 계약기간인 수습 기간이 종료된 후에 정규직이 되어 본채용이 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재심 답변서에는 근로계약서상의 최초 계약기간은 수습 기간에 해당하고, 수습 기간에 대해서 업무적격성 평가가 이루어져 있지 않으므로 별도의 평가 없는 근로계약종료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작성하였다.


이후 회사 측은 또 다른 노무사를 선임하여 다시 재심 이유서를 제출하였다.

해당 재심 이유서는 해고의 절차에 대해서 심문회의 과정에서 해고통지서를 근로자에게 확인 시켜주었기 때문에 해고절차의 문제는 없으며 근로자들과 직장동료들과 갈등이 잦았다는 등으로 해고의 사유가 정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심문회의


중앙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 분위기는 근로자 측에게 유리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치면서 회사 측에서는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 불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회사 측에서 계속 불복하는 경우 근로자의 입장에서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장점의 경우에는 해고 기간이 늘어난다는 점에 있다. 이게 왜 장점이 되냐 하면 불복으로 사건이 상위 심급으로 올라가는 경우에 해고가 정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한다면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 라는 것인데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에도 불복을 하여 법원으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그 소송 기간도 해고기간에 산입이 되므로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이 계속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단점에 있다. 회사의 불복으로 사건이 법원에 계류가 된다면 시간과 비용이 노동위원회에서 진행한 것보다 배 이상으로 들어간다. 비용의 문제도 비용의 문제이지만, 시간의 문제가 더 크다. 극단적으로 회사측에서 계속 사건에 대해서 불복을 하여 행정(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을 거치는 경우라면 최소 3년이고 변론의 과정에서 그 이상으로 걸릴 수 있다.

이 경우 근로자가 겪는 고통이 매우 크게 된다.


종종 사건에 대해서 노동위원회에서 합의 또는 화해의사를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심문회의까지 갈 사항이 아니라서 의사타진을 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위와 같은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화해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있다.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는 민사소송법 제220조(화해, 청구의 포기·인낙조서의 효력)에 따르면 화해, 청구의 포기·인낙을 변론조서·변론준비기일조서에 적은 때에는 그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220조

【화해, 청구의 포기·인낙조서의 효력】 화해, 청구의 포기·인낙을 변론조서·변론준비기일조서에 적은 때에는 그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에는 더 이상 판결을 다툴 수 없다. 따라서 화해에 대해서 불복을 할 수 없으며 어느 한쪽 당사자가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위원회에서의 화해는 재판상 화해 즉,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이에 대해서 근로자는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다.



4. 사건의 종료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 과정에서는 사건의 결과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근로자가 겪는 단점이 너무나 컸다. 따라서 해당 사건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화해로 종료가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건의 종료는 위임인의 의사를 전면적으로 배제한 채 진행될 수가 없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처음 사건을 진행할 당시에는 법원까지 끝까지 가겠다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 사건을 직접 경험하면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건을 끝까지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도중에 합의나 화해로 종료하는 것이 괜찮을까? 그에 대한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